▲ 차형석 사회부 차장

“고래문화특구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게 말이 되는가요?” “낙후된 북쪽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울산 남구 장생포 주민들의 민심이 레미콘 공장 설립 추진 문제로 둘로 나뉘었다. 지난해 한 차례 추진됐다가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던 장생포 레미콘 공장 건립이 최근 다시 추진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까지는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한 뜻으로 결사반대했던 주민들은 이제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비난하거나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의견이 갈리면서 한 단체에서 조차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장생포에 레미콘 공장 건축허가 신청서가 접수된 것은 이달 초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고래문화특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남쪽지역 장생포 주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장생포에 공장이 생기게 되면 비산·미세먼지, 소음 발생 등으로 관광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레미콘공장 설립 결사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공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950여명(전체 1200여명 추산)의 서명을 받은 진정서를 남구청에 제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본보를 통해 보도되자 장생포초등학교와 옛 세창냉동창고 등이 위치한 북쪽지역 주민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마치 장생포 전체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는데, 북쪽지역 주민들은 찬성하고 있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낙후된 북쪽지역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주민 서명을 어떻게 2~3일만에 900명 넘게 받을 수 있느냐, 또 장생포 주민수도 실제로는 1000명도 되지 않는다”며 주민 서명을 받은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서명이 전달된 다음날 남구청 건축허가과 등을 찾아 주민 서명 명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등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남쪽지역 주민들은 “찬성하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다. 또 이들 중에는 실제 장생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며 오히려 찬성주민들에 대한 실체와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양쪽 주민들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깊어진 상태다. 형제 가족처럼 지내던 주민들이 어쩌다 이렇게 둘로 갈라지게 된 것 일까.

장생포는 과거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한때 번성했다가 고래잡이가 금지된 이후 급격한 쇠락을 길을 걸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고래박물관 건립을 시작으로 2008년 고래문화특구 지정에 따른 각종 관광시설 등 인프라 조성으로 울산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부활했다. 하지만 장생포 남쪽지역에 대부분의 시설과 인프라가 조성되다 보니 북쪽지역은 개발에서 소외됐고 이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껴온 것이다.

양쪽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레미콘 공장 건축 허가 여부가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서로간의 신뢰와 마음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둘로 나뉜 장생포 주민들이 다시 예전처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서 등 행정기관의 솔로몬의 해법과 함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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