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가 국민 식별기호로 쓰여
개인정보 노출 피해입는 경우 많아
제도적 고안 없으면 한정적 ‘위헌’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다시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당선자들은 2년 후 대통령, 4년후 국회의원선거를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경제적, 병리학적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장에 가니 사무원이 리더기를 통해 신분을 확인했다. 편리함에 찬사가 나왔다.

코로나 유행병 확진자의 동선을 신속히 확보하는데 주민등록제도가 기여한 바가 크다. 또, 범인의 검거나 실종자의 수색에 있어 주민등록제도는 매우 유용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장관 등 인사청문회의 기본적 질문사항 중에 하나가 위장전입이다. 살지도 아니하면서 주민등록만 옮겨 놓은 경우가 많은가 보다. 학교나 부동산의 취득 등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사실과 다른 신고를 하는 모양. 어쩌다가 이사를 여러 번 하게 되어 주민등록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벌칙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주민을 등록하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학자에 의하면 가까운 과거인 조선시대에는 오가작통제(五家作統制)가 있었다. 도에는 감사가, 군현에는 수령이, 면에는 면임이, 리에는 리임이, 통에는 통수가 각각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3년마다 전체 거주민을 대상으로 공문서인 호적대장이 작성되었다. 식민지시대에는 일본식 호적제도와 호주제가 실시되었는데 호주(戶主)의 본적지에 가족들을 편입키는 방식이었다. 가끔 일본식 호적부에 본적지와 거주지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주거지보다 인적요소를 더 중요시해서 그렇다. 조선시대의 호적대장은 주호(主戶)를 중심으로 하였지만 거주지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이 점에서 조선의 호적대장은 지금의 주민등록부와 그 기준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1962년 5월10일 제정되어 1962월 6월20일에 시행되었다. 주민등록제도는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動態)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주민등록법 제1조). 이제 주민번호 없이는 사실상 대한민국을 활보하기 힘들다.

국민편익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행정부나 또는 제3자가 주민번호를 통하여 개인의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또 악용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이다. 의료보험, 학교입학신고, 직장의 종업원 관리, 은행의 계좌개설, 휴대전화 가입신청, 부동산등기신청 등 주민번호가 국민의 식별기호가 되어 온갖 신분의 확인에 쓰인다. 주민번호만 알고 있으면 상당부분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에 놓인다. 주민등록법은 이를 감안하여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기회를 주고 있다.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위해(危害)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성폭력관련 피해아동·청소년, 성폭력피해자, 성매매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등에 대하여는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기회를 주고 있다(주민등록법 제7조의 4).

그 외에도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신분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표식이 되어 다른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일례로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제적부를 발급받아 보면 주민번호가 없는 부지(不知)의 사람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후손들이 출생신고한지 몇 십년 후 발견하면 그 연유를 어찌 알겠는가. 주민번호가 바코드인 나라에서 믿기지 않지만 실제의 일이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등기하려고 하여도 주민번호가 없이는 부동산 등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그 주민번호 없는 사람에 대한 실종선고도 쉽지 않다. 필자는 제도적 고안이 없으면 주민등록법은 한정적으로 위헌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선자들은 모두 다 국민을 챙기겠다는 다짐을 했다. 주민번호도 민생이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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