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텔방서 생활하는 서현이네
경상일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하서현 아동과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모텔방. 침대에 2명, 바닥에 2명이 몸을 누이면 남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혼후 가족 생계 책임져온 엄마
우울증 등 건강 이상으로 일 못해
정부보조금 월 127만원으로 생활
월세 밀려 원룸서 쫓겨나 모텔행
전입신고 못해 세 자매 버스로 등교
LH 전세임대 선정된 기쁨도 잠시
본인부담금 300만원 없어 포기할판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유흥가, 빽빽하게 늘어선 모텔가 속 작은 모텔방 한 칸에서 생활하는 네 식구가 있다. 하서현(가명·12) 아동과 자매 2명은 지난 2009년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A씨와 함께 살게 됐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A씨는 홀로 어린 아동 3명을 양육하며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으나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행복해질 가정을 꿈꿨다. 그러나 이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2년 전에는 위궤양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겹쳐 정상적인 근로 활동이 불가능했다.

A씨가 근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가정이 무너졌다. 당시 서현이네가 살던 집은 이혼 후 목돈이 없어 A씨가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높이는 조건으로 구한 원룸이었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A씨 가족은 원룸 월세 38만원이 1년 가까이 밀렸고, 보증금 100만원도 모두 잃게 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A씨 가족은 월세 체납으로 원룸에서 쫓겨났다.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된 A씨 가족은 궁여지책으로 인근 모텔로 주거지를 옮겼다.

현재 A씨는 정부보조금 월 127만원으로 네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하루 3만원이 넘는 모텔 숙박비는 한 달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A씨는 새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았다. 부족한 식비는 아동에게 지원되는 급식카드나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해결해왔다. 빚은 늘어만 갔다. 결국 A씨는 지난 2월 관할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긴급생계비를 지원받게 됐다.

아동들은 지난 6개월간 모텔에서 생활해야 했다. 침대에 2명, 바닥에 2명이 몸을 누이면 꽉 차는 크기다. 최근 등교 개학이 시작됐지만 어린 아이들이 모텔을 드나드는 모습은 주위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모텔에 거주하다 보니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고 주소지를 옮기지 못해 전학도 할 수 없었다. 세 자매는 모텔에서 2~4㎞ 떨어진 학교까지 등교를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하서현 아동은 “새 집에 이사가면 가족들이 좁은 침대와 바닥에 나눠 잠들지 않아도 되고 학교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엄마 병원도 가까워져서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이달 초 LH 전세임대 주택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300만원 정도인 본인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렵게 구한 집을 다시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275·3456).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사람의 기본 생활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는 의·식·주다. 그 중에서도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발달이 이뤄지는 아동기 ‘주’의 중요성은 무척 중요하다. 이 시기 발달성과는 아동의 전 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동 10명 중 1명은 ‘주거빈곤’에 처해있다는 통계는 열악한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울산지역의 주거빈곤아동은 총 1만3000명. 최저주거기준 미달이거나 지하, 옥탑에 거주하는 아동이 1만1000여명, 주택 이외 고시텔이나 쪽방,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이 2000명이다. 주거환경은 아동의 성장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거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될수록 가족행복감·주택 상태 만족도가 증가했고, 아동의 방이 긍정적으로 변화할수록 아동의 진로 성숙도도 함께 높아진 반면 우울감이나 식품 박탈 경험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본보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와 함께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친화적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다운 집으로’ 캠페인을 연중 진행한다. 울산지역의 아동 주거빈곤 현장을 살펴보고, 아동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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