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신정동 크로바아파트 옆에 있는 동굴피아도 사정이 비슷하다. 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창고 등으로 쓰였던 작은 동굴을 정비해 만든 관광시설이다. 2017년 7월 개관과 함께 연말까지 약 5개월간 17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으나 2019년에는 겨울철 비수기를 제외한 9월까지 9개월간 관람객이 7만2299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264명으로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한철 주말에 지역주민들이 피서삼아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평상시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동굴에 대한 호기심에 한번쯤은 방문하지만 재방문을 유도할 만한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5억원에 매입한 남구 장생포의 세창냉동창고는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관광 체험 시설인 에이팩토리(A FACTORY)로 조성한다는 계획만 세워놓고 민간사업자 유치를 못해 아직도 개관조차 못하고 있다. 장생포 모노레일이나 고래마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울주군은 2015년 삼동면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을 지어 개관했다. 1978년 영화 ‘불’에 이어 한국영화사의 한 폐이지를 장식했던 ‘뽕’ ‘씨받이’ ‘변강쇠’ 등 총 7편의 영화 촬영지라는 사실을 관광상품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측근들의 ‘반짝 아이디어’에 따라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부은 사업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관광시설은 치밀한 전략을 세워서 장기간의 준비를 거쳐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도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간절곶에 계획하고 있는 전망대나 공업탑로터리 스카이워크 등도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설이다. 예산이 수십억원이나 들어가는 시설인 만큼 목적에 부합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예산낭비로 이어질 뿐 아니라 운영비가 계속 들어가야 하므로 ‘돈 먹는 하마’에다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