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탈울산 수년째 이어지지만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정부의 획기적인 방안 마련 절실

▲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공상과학 영화를 보다보면 필요한 수의 아이를 인공수정을 통해 공장에서 배양해서 국가가 양육하고 로봇이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며 과학기술 덕에 인간 수명은 엄청 길어진 사회를 종종 보게 된다. 사람이 아이를 직접 낳지 않는 사회가 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금년 2분기 중 합계출산율이 0.84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가 겨우 0.84명이라는 뜻인데 이렇게 급속하게 출산율이 떨어지다 보면 위에 언급한 세상이 다가오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데 2018년도에 0.98명일때 OECD국가 평균이 1.63명, 바로 위 스페인이 1.26명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울산은 그나마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8명을 기록해 광역시 중에서는 세종시(1.47명) 다음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1명 밑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로 금년에 결혼건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출산율 전망은 더욱 암담하다.

저출산과 함께 매우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이다. 통계청은 얼마 전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총인구의 과반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나라 전체 출산율이 수직 낙하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지방인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어 지방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정부의 강력한 수도권 개발억제 정책 덕에 수도권에서 순유출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2017년 이후 20·30대를 중심으로 수도권 인구집중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울산은 아직은 자연증가율이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2015년 말 이후 타지역으로 인구유출이 지속되고 있어 연간 1만명 정도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의 순이동(전입자-전출자) 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전 세대에서 인구가 유출되었는데 특히 15~29세 구간이 전체 유출의 57%를 차지하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대부분(64%)을 차지하여 역시 울산도 교육과 취업을 위해 청년층이 울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정부가 2006년 이후 200조가 넘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전세계에서 유례없이 저출산이 심화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불안정, 높은 청년실업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으로 비혼, 만혼이 증가한데다 엄청난 양육비와 교육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양질의 육아시설 부족, 육아휴직시 불이익 및 전문성 쌓을 기회 상실 등 다양한 저출산의 원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이 글로벌 현상이라 하더라도 OECD 37개 회원국 중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올라간 국가도 적잖이 있다. 독일, 이스라엘, 일본 등 10여개 국가는 2008년 대비 2018년 출산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이 상승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예로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의 청년실업률은 낮아졌는데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올라갔다. 2009년 8.0%에서 2019년 8.9%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증가할 때 독일은 10.2→4.2%, 일본은 8.0→3.6%로 크게 낮아졌다. 우리나라 사회경제 시스템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심각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아기돌보미를 둘 경우 비용이 200만~300만원에 이르는데 신혼부부가 어떻게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양질의 국공립탁아소를 대량으로 만들던가, 아니면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외국인 아기돌보미를 고용할 수 있게 하던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지방인구 감소 문제는 특정 지자체가 홀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출산장려금, 육아수당 등 지자체에서 마련해온 유인책들이 약간의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럼에도 최근 울산시가 청년층 이탈 방지 및 출산율 제고를 위한 TF를 구성하여 청년층의 주거안정과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고 하니 참 다행스런 소식이며, 울산을 지키기 위한 울산시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돌아보고 절실한 마음으로 획기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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