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트라우마라는 말이 일상어처럼 쓰이는 세상이다. 어떤 일로 받은 충격은 심리적인 위축감을 갖게 하거나, 용기를 내야 할 때 망설이게 한다. 심하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자신이 기억하는 상처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가 된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그것도 극단적 사건의 잔혹함 때문에 생기는 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부모의 무지와 선입견, 능력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니 절망감도 든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의 경험이므로 자신의 책임은 아니나 극복해야 하는 것은 자신인 까닭이다.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다미샤르프, 동양북스)는 트라우마의 원인과 이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법을 서술한 책이다. 지나치게 편협한 성격의 소유자는 주변을 당황하게 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남성들에게 이런 유형이 많은 것 같다. 한국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슬픔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오죽하면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까? 태어날 때, 부모가 죽었을 때, 나라를 잃었을 때. 이 외에 우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니 얼마나 터무니없는가. 인권탄압에 가까운 강요다. 이런 교육관이 과묵하게 보이지만 관대하지 못한 남성상을 만든 건 아닐까. 꾹꾹 눌러 참기만 하다가 그럴 수 없을 경우에 벌컥 내지르는 이들.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너무 참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쇼크 트라우마 속에 감춰진 발달 트라우마가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성내성의 창문 폭이 좁을수록 트라우마가 많다. 감성의 폭을 넓히는 것 또한 치유의 중요한 방법임도 강조한다. 가장 좋은 것은 심호흡이다. 심호흡은 트라우마 극복의 시작이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된다. 몸이 경직되는 것은 외부의 반응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데 심호흡을 함으로써 근육이완을 상당히 시킬 수 있다.

다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자기애는 나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안아주며 다독거리자. 그로써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은 위로받을 것이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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