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비판이 사라진 사회, 우리 사회가 그렇다. 오래전 일이다. 한국유학에 관한 명망 있는 노학자의 초청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특강이 끝나고 사회자가 누구든 자유롭게 질문하라고 했다. 인용의 오류에 대해서 질문했다. 노학자는 화난 표정으로 질문에 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나는 그분에 의해 예의 없는 제자로 낙인 찍혀서 한동안 고생했다. 비판이 권위를 침해했다고 여긴 것이다.

어느 젊은 작가로부터 그가 지은 책에 대한 평을 부탁받았다. 칭찬 속에 몇 마디 진심 어린 비판을 담아 보냈다. 그는 수필가도 아닌 내가 수필가의 글을 함부로 재단했다면서 여기저기 나를 나쁘게 말하고 다녔다. 미술 전시회에 갔다가 제화시(題畵詩)의 글자가 몇 군데 틀리고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가 화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적도 있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에게 그와 다른 내 생각을 말했다가 친구와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 모두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인 데서 벌어진 일이다.

비난과 비판은 다르다.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고, 비판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두 단어는 뜻이 서로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비난과 비판을 유의어로 인식한다. 그래서 비판을 자신에 대한 악의가 담긴 부정적인 평가로 인식하여 기분 나빠하거나 자신을 비판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 것이다. 비판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은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다.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말이 있다. <맹자> ‘이루 상’편에 나오는 말로 ‘잘못을 자신(自身)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맹자> ‘공손추’에도 나온다. ‘활을 쏘아 적중하지 않으면 다른 탓을 하기보다는 돌이켜서 자기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때 기분 나빠하거나 나를 비판한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반구저기의 자세로 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