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default_news_ad1

[윤범상의 世事雜談(39)]피타고라스 선생님 감사합니다

기사승인 2020.09.24  21:25:01

공유

- 화음에 대한 느낌 후천적이지만
피타고라스 ‘진동수의 비’ 따라
어울림 정도 수치화 성공 ‘감사’

   
▲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우리가 ‘도·미·솔’이나 ‘파·라·도’, ‘솔·시·레’ 같은 서로 다른 음을 동시에 들으면 매우 잘 어울리는 느낌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한편 ‘레·파·라’나 ‘미·솔·시’ 같은 서로 다른 세음을 동시에 들으면 어울리는 느낌은 있지만 기분은 좀 우울해진다. 그런가하면 ‘도·레·미’나, ‘미·파·시’같은 음을 동시에 들으면 전혀 어울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분도 불쾌해진다. 서양음악에서는 첫 번째와 같은 세음의 조합을 장삼화음, 두 번째의 조합을 단삼화음, 세 번째 같은 조합을 불협화음이라 부른다. 이외에도 화음의 세계에는 협화도가 낮은 쪽에 감삼화음, 증삼화음 등이 있으며, 4개 또는 그 이상의 음으로 구성된 화음 등 수많은 화음이 존재한다.

이 화음들은 어울리는 정도나 느낌이 모두 다르며, 이들은 음악이라는 건축물에서 기둥과 대들보의 역할을 담당한다. 즐거운 노래라는 건물은 아무래도 장삼화음기둥을 많이 사용할 것이고, 슬픈 음악이라는 건물에는 단삼화음을, 현대음악이나 재즈와 같은 복잡한 건물에는 불협화음기둥을 많이 배치하게 된다. 멜로디는 이 화음기둥들에 입힌 옷이다. 이러한 음악화음과 멜로디의 기분부여기능과 환자의 치료, 태아성장발육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음악심리학분야가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질문이 생긴다. 첫 번째는, 이러한 화음에 대한 느낌은 과연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일까? 화음에 대한 느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생후 반복적으로 듣고 배운 후천적 경험에 의한 것일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얻기 위하여 최근 어떤 음악이론가가 문명세계와 동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어떠한 화음을 들려주어도 그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곧바로 화음에 대한 느낌은 후천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따지고 보면 인도사람은 한 옥타브를 22개의 음으로 나눈 음계를, 아라비아사람은 17개의 음으로 나누는 음계에 익숙하니, 우리가 사용하는 12음계에서 말하는 화음에 대한 느낌이 같을 수는 없겠다. 아마도 200년 전 한반도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도 ‘도레미솔라’의 5음계(Pentatonic scale)를 사용했으니, ‘파, 시를 포함한 나머지 7개’의 음은 몰랐을 것이다. 하기야 프톨레마에우스(Ptolemaeus) 순정률 음계나 피타고라스(Pythagoras)음계도 음간의 거리(음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으니, 앞에서의 화음 느낌 이야기는 12음계 평균율이 보편화된 18세기 이후의 서양음악세계에서나 통용되는 최근 담론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노래를 듣고 부르고 하면서 12음계에 익숙해지다 보니 ‘도·미·솔’은 잘 어울리는 화음으로 들리는 것이라고, 나 역시 확실하게 후천적임에 한 표를 던진다.

두 번째 의문은 화음의 이론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도·미·솔’을 동시에 들으면 잘 어울리게 들리고, ‘도·레·미’를 동시에 들으면 안 어울리게 들리는 근본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세 개의 음 대신 두 개의 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왜 ‘도·솔’을 동시에 들으면 잘 어울리고, ‘도·레’를 동시에 들으면 귀에 거슬리느냐는 것이다. 특히 ‘파·시’를 같이 들으면 기분 나쁠 정도로 안 어울리는 이유가 무엇이며 나아가 화음의 기분 좋고 나쁜 정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나 자신 이 문제의 해답을 얻느라 지난 1년간 끔찍이도 고생했다.

2500년 전 피타고라스의 대장간이야기에서 실마리는 풀렸다. 그는 망치로 때리면 ‘도’소리가 나는 쇠막대를 반으로 자른 후 때렸더니 한 옥타브 높은 ‘도’소리가 나고, 3분의2 길이로 자른 후 때렸더니 ‘솔’이 소리 나고 그 음들은 서로 잘 어울리더라는 것이었다. 이후 물리학과 수학의 도움에 힘입어 음의 근원은 진동이며, 진동수는 쇠막대기 길이에 반비례하고 음높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그는 두음의 진동수의 비(막대 길이의 비)가 작은 정수비로 나타날수록 어울린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어울림의 원인이 서로 다른 음끼리의 공진빈도에 의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근 이 가정의 연장선상에서 화음어울림정도를 수치화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름끼치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직각삼각형에 대한 피타고라스정리는 평생 나의 전공과 직업 속에 존재하며 나를 먹여 살리더니, 피타고라스음계는 이제 인생 2막에 이르러 나의 행복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인류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누구를 꼽겠는가?’라는 조사연구에서 레오나르도다빈치(Leonardo da Vinci), 뉴턴(Isaac Newton),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등이 상위를 차지했으나, 나라면 서슴없이 고대그리스의 피타고라스를 꼽고 싶다. 피타고라스 선생님 감사합니다.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경상일보, KSILBO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30
ad3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