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설계 용역 심의위 통과
대학로·문수로·삼산로 등 8곳
2027년 개통예정 트램과 연계
바깥차선 활용 네트워크 강화
가용차선 축소 주민반발 우려

울산시가 시내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한다. 신개념 대중교통수단으로 추진하는 도시철도(트램)와 결합해 후진국형 수준에 머물러 있는 대중교통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울산도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주민 저항과 부작용 등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다.

울산시는 ‘울산형 버스전용차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시 용역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1일 밝혔다. 용역은 3억원을 들여 8개월간 진행된다. 덕하공영차고지 준공과 2021년 시내버스 노선개편 추진에 맞춰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기 위한 용역으로 전용차로 적용 유형, 버스우선처리계획, 효과분석 등 세부과제를 수행한다.

대상은 대학로, 문수로, 삼산로, 산업로, 번영로, 중앙로 등 8개 구간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대학로, 문수로, 삼산로, 산업로 등 4개 구간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울산형 전용차로제는 부산 등이 도입한 중앙차로제(BRT)와 유사하지만 중앙차로가 아닌 바깥쪽 차선을 활용한다. 나아가 시는 2027년 개통할 트램과 연계해 선진국형 대중교통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램이 운영되는 구간(1노선 태화강역~신복로터리, 2노선 송정역~야음사거리)에 설치된 전용차로는 폐지된다. 나머지 구간의 전용차로와 트램 노선이 가진 각각의 단점을 상호보완해 교통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용차로제가 실시되면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의 운행시간이 빨라지고 정시 운행이 가능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울산의 대중교통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 지하철이나 경전철, 모노레일 등 도심 궤도교통 수단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그런 탓에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6년부터 매년 급증해 올해 9월말 기준 57만3573만대까지 기록했다.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의 분담률이 16.8%(2018년 기준)에 그친다.

전용차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차선 축소에 대한 주민수용성 확보와 다른 간선도로에 미치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용차로제는 대중교통에 우선권을 줘 이용객 대비 도로 사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승용차는 대중교통보다 1인당 도로를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전용차로제는 대중교통이 도로를 공유하는 비율이 상향되는 반면 승용차 이용자들은 하향된다. 결과적으로는 대중교통 이용객은 편리해지고, 상대적으로 승용차 이용객은 불편해진다. 승용차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용차로제를 도입하면 풍선효과로 일반 간선도로가 정체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울산시 관계자가 “시내버스가 승용차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만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반발여론도 인지하고 있어 주민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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