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 배수로 위치조정 다투던
토지주인 소유권 행사한다며
펜스와 철문 설치해 통행방해
郡, 원상복구 명령 이행않자
농로 진출입방해 혐의로 고발

▲ 사유지 가운데로 난 농로 이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한 지주가 소유권 행사 차원에서 철망과 철문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유지에 무단으로 농로 조성
지자체가 갈등원인 제공한 탓
비법정도로 매입 법근거 필요

사유지에 설치된 비법정도로 통행 제한 논란이 마을 안길에 이어 농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주의 통행 방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특별법 제정 등 해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찾은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광리 한 농로. 폭 2.5m 규모의 시멘트 포장 농로를 높이 약 2m의 철망과 철문이 가로막고 있다. 사유지 가운데로 난 농로는 수십년 전 조성됐다. 지목은 논(답)이다.

농로를 막은 토지 소유자 A씨는 부지 위쪽에 위치한 지주 B씨가 지속적으로 농수를 흘려보내 수목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수로 위치 조정 등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협의 10개월 만에 최근 펜스와 철문을 설치했다. 또 농로 일부 구간은 성토해 차량 통행을 막았다.

군은 현장 확인 후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A씨가 이행하지 않자 농어촌정비법 상 농로 진출입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잇따르는 마을 안길 통행 방해와 유사한 사례다. 하지만 지자체가 사유지에 사실상 무단으로 농로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1969년께 토지를 상속받은 A씨는 농로 설치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 울산을 떠났다가 은퇴 후 약 3년 전 귀향했는데 이미 자신의 토지에 농로가 조성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A씨가 군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이나 토지 매수 소송을 제기할 경우 군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군은 농로 설치 동의서나 기부채납 관련 자료를 찾았지만 찾지 못해 패소하면 보상이나 토지 매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군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마을 안길이나 농로 등 비법정도로와 관련한 논란이 급증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군도나 농어촌도로 등 법정도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용이나 매수가 가능하지만 비법정도로는 매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 역시 비법정도로 현황 파악에도 소극적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법정도로는 공사를 실시할 때 수용이 가능한데 비법정도로는 아무 근거가 없다”며 “매수를 위해 감정을 실시하더라도 보상가에 이견이 있으면 보상 자체가 어려운 만큼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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