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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13)]봄맞이 정원 일상

기사승인 2021.02.23  2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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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날이 풀리는가 싶다가 다시 추워지길 반복하는 2월이다. 정원을 가진 이에게 봄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여름 밀양의 한 주택 정원을 의뢰받았다. 설계를 마치고 정원의 레이아웃이 완성될 즈음 겨울에 접어들어 큰 나무만 심은 채 초화류 식재는 봄으로 미루게 됐다. 대신 이른 봄 정원에 볼거리를 위해 구근은 미리 심어두었다. 미완성된 정원을 매일 내다보며 봄을 기다리던 정원주가 언 땅을 뚫고 올라온 튤립 싹을 보자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궁금하고 신기해 매일 아침 정원부터 나가 본단다.

직접 식물을 심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상상하던 정원을 그림으로 그리고 점점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재미있는지.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몸을 낮추어 흙을 만지고 꽃, 나무를 쓰다듬으면 바람이 지나가고 흙냄새와 햇살이 등과 옷에 밴다. 미뤄두었던 애기동백 울타리를 만들고 잔디도 심으면서 토요일 하루를 보냈다. 장작 화덕에 고구마와 알밤을 굽고 손수 콩을 갈아 만든 손두부와 김치에 막걸리를 참으로 내어주신다.

   
▲ 밀양의 한 주택 정원.

지난해 조성했던 울산 태화동 신기마을 골목 정원도 첫봄을 맞는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정원사들이 정기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봉사단을 꾸려 활동을 하고 있다. 겨울 동안 함께 가드닝 정보를 공유하며 봄맞이 채비를 하고 며칠간은 그라스 커팅과 숙근초의 묵은 잎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정원 가꾸기와 더불어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즐거이 참여하는 모습에 행복과 여유가 느껴진다.

식물을 가꾸게 되면 시간과 계절에 좀 더 민감해지고 부지런해진다. 싹이 돋고, 잎을 틔우고 꽃이 피고 지고 또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들을 함께 하면서 내가 돌보는 것 같지만 실은 정원이 나를 위로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정원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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