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 국회의원 울산 중구(국민의힘)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과 역사를 같이하는 울산의 젖줄과도 같은 소중한 하천이다. 대한민국 제2의 국가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태화강에는 7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하구의 철새공원은 국내 도심 속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철따라 태화강을 차자오는 백로와 까마귀 떼의 군무가 장관이다.

그런데 이 철새공원과도 가까운 수변공간인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굴화 태화강변에 대해 공공주택지구 변경 및 지구계획 승인을 고시했다. LH가 국토부의 주택공급확대 로드맵에 따라 13만8634㎡ 부지에 행복·영구임대 주택과 민간분양 주택 1108가구를 건립할 예정이다. 오는 4월 공사에 들어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LH가 2019년 말에 지구계획 승인 신청을 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아파트 조성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주민공청회 등을 개최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공론화에 있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태화강 수변공간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은 국가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울산시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형성하고 시민들이 건전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게 공공의 복리증진에 기여한다는 도시공원의 목적과도 상충된다. 특히, 이 곳은 상습 정체구간인 국도 24호선을 끼고 있어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병목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LH는 최초 이 부지에 1879가구의 공공주택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지속되자, 절반을 산재전문공공병원 부지로 내주고 가구수를 줄이는 등 공공의 기능을 강화시켰다.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주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공원비율을 늘려주겠다고 공원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 남구 야음근린공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미포산업단지, 여천산업단지의 공해 유입을 차단하는 완충녹지인 야음근린공원은 천년을 이어갈 울산 시민들의 허파로서,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남겨줘야 할 소중한 자산임에도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상태가 우수한 기존 공원 지역을 보존하고 다듬어서, 시민들의 여가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울산 시민들의 건강권·환경권·녹지권을 담보로 하는 국토부와 LH의 무분별한 난개발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현재 정부의 공공주택 보급은 공급이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시키면 된다. 울산에 주택 보급이 부족해 공해차단녹지인 야음근린공원과 울산의 젖줄 태화강의 수변공원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전국과 서울, 울산의 최근 5년간 평균 주택가격 변동의 차이만 봐도 금세 드러난다. 2016년 2억4000만원하던 전국의 평균 매매가격이 2020년 12월 3억4000만원으로 오르고 2016년 4억6000만원하던 서울의 평균 매매가격이 2021년 12월 7억원으로 상승할 때, 울산에서는 5년 전 2억3000만원 하던 평균 매매가격이 2020년 12월에도 2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물가변동률을 고려한다면 거의 변동이 없는 셈이다. 자가보유율 역시 2019년 기준 서울 42.7%, 경기 53.5%이며, 울산은 64.1%로 전국 평균인 58%보다 높게 나타났다.

굴화 태화강변은 울산의 중구·남구·울주군의 접경 지역으로 모든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울산시 전체로 봤을 때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원으로 존치하면서, 태화강국가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료타운으로 조성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울산대학교와 UNIST가 인접하고 있어 산재전문공공병원과 함께 헬스케어타운, 울산대학교 의대,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설립 가능성이 높아진 공공의료원을 이 곳에 함께 조성해 의료타운으로 육성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화강국가정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도 실내식물원을 만들고, 정원지원센터를 설립해 관광자원을 늘려가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LH는 이 방향과는 정반대의 개발사업만을 추진하고 있다. 상습정체 국도 24호선 교통량 분산, 충분한 노외주차장 확보, 악취 민원이 예상되는 저류시설 지하화, 산재병원과 연계한 복합문화복지시설 설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공공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울산의 천년 젖줄, 굴화 태화강변에 LH의 아파트 건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성민 국회의원 울산 중구(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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