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환경부 강도높은 조사 - 적발업체 도덕성에 큰 타격

▲ 자료사진

검찰·환경부 강도높은 조사
셀프측정·허위성적서 발행 등
기업체-측정업체 공모 드러나

적발업체 도덕성에 큰 타격
느슨한 감시망·솜방망이 처벌
기업-업체간 갑을관계 주원인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 내 굴지의 대기업 등 5곳이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배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1군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은 법적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을 배출하고도 수치 조작이나 측정조차 하지 않은 채 허위 성적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시민들과 환경당국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8일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과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울산지역 국가산단 내 비철금속계열 2곳과 화학계열 2곳, 자동차제조 계열 1곳 등 5개 기업 사업장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과 환경부의 수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5개 사업장과 지역 측정대행업체 3곳을 압수수색,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대기오염물질 측정치가 기록된 컴퓨터 서버를 확보해 분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또 환경담당 책임자들을 줄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기업들과 측정대행업체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측정치를 조작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비철금속계열 A사 공장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법원이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 구속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범죄 중점 검찰청’인 의정부지검과 환경부는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 짓고, 사건을 울산지검으로 이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울산지검이 기소해 공판을 맡게 되며, 재판은 울산지법에서 열린다. 검찰과 환경부는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관심사인 미세먼지 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배출 조작 시점은 대부분 2015년부터다. 조작은 대기오염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량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지만 기준 이내인 것으로 꾸며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지 않도록 피하는가 하면, 먼지·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적기준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도록 했다.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은 기업과 대행업체가 짜고 제도적 맹점을 악용한 비리로 꼽힌다. 기업의 ‘셀프측정’ 방식이 배출조작 비리를 방치하고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는 2002년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지자체마다 몇명 되지 않는 담당 공무원으로 실시간 감시망을 구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기업이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값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게 허점이었다.

법정 처벌이 약한 것도 사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측정대행업체가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체와 계약할 경우 연간 많게는 15억원까지 받는다. 대행업체가 측정값을 거짓으로 기록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불과해 대기업과의 유착이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또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받아야 하는 기업이 측정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구조로 ‘을’인 측정대행업체가 기업의 조작 요청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성실히 검찰의 조사도 받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울산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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