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왜성 북문지에서 출토된 비녀

장식용 ‘코가이’ 유사시 무기
당시 다급했던 상황 상상케해
북문지 성벽 보수구간서 발굴
서생포왜성에 없는 독자유물
고려때 기왓장·청자편도 확인
조선조 국한된 연구 확장 필요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호 울산왜성에서 일본 장수들이 착용했던 장식용 비녀 코가이(笄)가 출토됐다. 전국적으로 희귀한 유물로, 임란 당시 한중일 3국 최고의 격전지이자 7년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한 역사현장을 실증하는 새로운 유물이다. 철수하는 일본장수의 다급했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재)울산연구원(원장 임진혁) 문화재센터(센터장 배은경)는 최근 울산왜성 본환 북문지 성벽보수 구간을 정밀발굴조사하는 과정에서 코가이를 비롯한 다수의 유구를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코가이는 납작하고 길쭉한 형태의 쇠비녀로, 길이는 20㎝ 정도다. 장식물을 걸 수 있는 홈이 파여있고, 표면에 문양을 새긴 뒤 금박을 입혀 완성했다. 일본 장수들은 이 코카이를 칼집에 꽂아 본인의 대도를 장식했고, 유사시엔 무기로 사용했다. 출토 당시에는 장식용 수술 없이 비녀만 확인됐다. 코가이는 부산 가덕왜성과 기장 죽성리왜성에서 확인됐을 뿐 그 동안 출토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 북문지 발굴조사현장 모습.

책임조사원 김광옥 팀장은 “지난 2015년 확인된 철촉, 철환과 함께 이번에 발굴된 코가이는 울산왜성과 임란사를 보여주는 표지적 유물이다. 가까운 서생포왜성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독자적 유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현장에서는 고려시대의 기왓장과 청자편, 무덤 유구도 확인됐다. 울산왜성을 쌓기 전 이 일대에 최소한 조선시대 이전의 건축물이 존재했을 가능성과 고려조 무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김 팀장은 “당시 병영성과 읍성의 바윗돌이 울산왜성 축성에 활용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는 주변 고가옥 등 건축물 자재까지 활용된 것을 추가로 알려준다. 무덤 유구는 조선조에 국한된 학성동 일대 시대사 연구를 좀더 확장해야 할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밀조사발굴은 지난 2013년 울산왜성 종합정비기본계획을 마련한 울산시 중구가 순차적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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