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생각보다 복잡 다양해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는 건 위험
항상 경청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문학

‘영원히 돌아오는 봄은 내게 세 가지를 함께 가져오리라./ 해마다 피는 라일락과 서쪽 하늘에 떨어지는 별,/ 그리고 내 사랑하는 그분 생각을.’(휘트먼의 ‘라일락이 앞뜰에 피었을 때’)

이 시는 미국 국민시인 월트 휘트먼이 1865년 4월 링컨 암살사건 후 쓴 추모시 첫 부분이다. 링컨은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인종과 정파를 초월하여 존경을 받고 있다.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은 미국 국가기념관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하는 관광지이며, 20세기 중반 이후 인권과 인종 관련 상징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직장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해외인물’을 꼽으라면 링컨이 단연 1위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링컨도 최근들어 이러저러한 비판과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책이 <링컨의 진실 The Real Lincoln>(토머스 J 딜로렌조, 2002)이다. 이 책은 ‘노예해방의 아버지’ 링컨이라는 신화를 거부한다. i) 전쟁 중에 발표한 노예해방선언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군사작전의 일환일 뿐이다. ii) 노예해방선언은 북부군이 장악하지 못한 남부 일부 주에만 적용됐다. 이는 ‘반란 지역’의 흑인을 자극하여 내분을 조장한 ‘정치적 쇼맨십’이다. iii) 링컨은 주정부의 연방탈퇴 권리를 부정하고 중앙집권적 연방국가를 강제함으로써 초기 건국아버지들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훼손했다. iv) 링컨은 노예추방주의자였다. 링컨이 변호사 시절에 노예도망문제로 노예를 변호한 적은 없었지만, 도망 노예의 주인을 변호한 적이 있다. v) 한국일보에 따르면 2020년 12월29일 ‘미국 보스턴 코먼 공원에 전시되어 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이 철거’되었다.

i)~iv)를 주장한 경제학자 딜로렌조의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외눈박이’논리이다. 제시 사실은 참고할만 하지만 판단과 해석에 동의할 수는 없다. i) 전쟁 중 발표한 노예해방선언은 숭고한 인류애의 발로이면서 동시에 승리를 위한 군사작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ii) 노예해방선언(1863년 1월1일)은 북부에는 노예가 거의 없었으므로 연방 탈퇴와 반란을 감행한 남부 일부 주에만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iii) 링컨이 주정부의 자유로운 연방탈퇴 권리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아니다. 남부의 연방탈퇴를 자유민주주의 권리라고 호도하는 것은 무정부주의적 발상이다. iv) 변호사 임무는 어떤 범죄자에게도 위법적인 불이익을 방어해 주는 것이다. 누구를 변호하였다고 해서 그 사람 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유아적 사고이다. 링컨의 도망 노예의 주인 변호도 지속적이지 않다. 단편적 사실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v) 보스턴 공원의 링컨 동상 철거는 링컨을 존경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이다. 141년 전 시대정신에 따라 형상화했으나 지금의 기준과 맞지 않는 것 뿐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동상은 링컨 대통령의 암살을 안타까워하는 흑인단체의 후원을 받아 워싱턴DC에 설치한 동상의 복제물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남성이 족쇄를 풀고 일어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지만, 링컨에게 간청하는 모습처럼 여겨진다는 반론도 많았다. 더욱이 이 동상에 등장한 흑인인 아처 알렉산더는 링컨의 해방선언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자력으로 속박에서 벗어나 노예해방 주장 북부군을 도운 인물이라는 논란도 철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는 모든 일을 한쪽에서 쉽고 단순하게 바라보려고 하지만, 세상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의 업무와 역사적인 일은 말할 것도 없겠다. 항상 경청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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