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신인도 제고·자금조달…코스피 상장 추진

상장후 기업가치 10조원 가정땐

정회장 지분가치 1조2천억 전망

지배구조 개편 위한 실탄 확보

공정위, 이달말 총수 변경 예정

현대차그룹이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최대 난제’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30일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총수(동일인)를 정의선 회장으로 바꿔 지정할 예정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적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인도 제고와 자금조달 유연성 확보 등을 위해 IPO를 검토 중”이라면서 “이달 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건설(38.62%)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11.72%)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4.68%의 지분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상장 주식 시세는 주당 1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어 현재 시가 총액은 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상장 후 기업 가치가 10조원에 달한다고 가정하면,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자진 철회한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으로 나눈 뒤 모듈·AS 부품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2019년 말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빠져나간데다 공정위가 이달 말 정 회장을 그룹 총수를 변경할 예정이어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편방안도 2018년 추진했던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현대글로비스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29.99%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과징금을 피하려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시장 일각에선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가량을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금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지분 매각으로 추가 현금을 확보하면 현재 지분율 0.32%에 불과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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