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성인병·약물 등 원인으로
간세포에 지방질 누적돼 발생
알코올에 취약한 여성 더 위험
주 3회 이상 꾸준한 운동 도움

▲ 정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음주 문화가 ‘혼술’ ‘홈술’로 바뀌고 있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절제가 어려워 과음, 폭음 등 건강에 해가 되는 수준으로 술을 마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음은 다양한 질환 발생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특히 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습관성 음주를 하는 사람은 거의 지방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등교 중지, 재택근무 등으로 바깥 활동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평소 식습관을 유지한 사람들 역시 지방간 진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지방간 발생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정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자세히 알아본다.

◇특별한 증상 없이 나타난 ‘지방간’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지방질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간에는 간 무게의 5% 정도로 지방이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축적된 경우 지방간으로 본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눠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실수록 잘 발생한다. 술을 자주 꾸준히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더 심해진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소주 2병 미만 정도 소량을 마실 뿐인데도 간에 지방이 많이 쌓이는 질환을 말한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오래 복용하는 경우나 급작스러운 체중 감량 후에도 생길 수 있다.

정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아주 심하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며 “이 때문에 지방간 역시 초기에 발견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간혹 피로감, 소화불량, 오른쪽 상복부 불편 등을 느끼는 경우가 낄 수 있지만, 대개 환자 혼자서 알아차리기는 어렵다”며 “건강검진에서 간수치(ALT, AST) 이상이나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술·비만 등 지방간 원인 제거해야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 지속적인 음주는 지방간은 물론이고, 알코올성 간염으로 이어지고, 심해질 경우 간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간경화로 악화되기도 한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치료 방법은 금주다. 의지만으로 술을 끊는 것이 힘든 사람은 병원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최대한 빨리 알코올과 이별해야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에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비만 등을 개선해야 한다. 대부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적절한 식이요법,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수다. 다만 너무 급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키울 수 있어, 최대 6개월에 걸쳐 현재 체중의 10% 정도를 서서히 줄이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지방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 끼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며 “과식과 폭식은 절대 하지 말고 운동도 주어진 상황과 체력에 맞도록 선택해서 일주일에 3번 이상 30~40분 정도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술이 지방간에 미치는 영향

맥주같이 순한 술은 간에 영향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순한 술 자체는 알코올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몸에 덜 해롭다. 하지만 총 알코올 섭취량을 따져봐야 한다. 순한 술이 마시기 수월해서 오히려 음주량이 늘어난다면 몸에 들어가는 알코올양은 변하지 않거나 심지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성의 경우 알코올 섭취에 더 주의해야 한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실 경우 지방간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는 여성이 가진 알코올 분해효소의 양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적정 음주량은 1회 남성 40g(소주 5잔), 여성 20g(소주 2.5잔) 정도를 마시는 것”이라며 “그 이상의 음주는 간 손상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방간 예방을 위해 오메가3와 비타민E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오메가3는 중성지방이 간에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해 레시틴은 몸 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지질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또 비타민E를 꾸준히 복용하면 지방간염을 악화시키는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 시켜 준다.

정 교수는 “무분별한 건강보조제의 복용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복용 전에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며 “건강보조제와 함께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력 관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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