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울산시장 노동공약...민주-한국 양대노총 눈치

市, 통합→개별센터 가닥...사업비·기간 늘어 비효율

결국 올해 예산확보 실패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발원지이자 메카인 울산에 노동·고용·복지를 아우르는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며 김기현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노동복지센터’ 건립사업이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울산시가 양대노총 눈치를 살피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사업이 ‘기형적’ 형태로 방향을 틀었고, 이마저도 중단됐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반쪽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예산낭비 우려 등으로 시민들의 공감대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노후 노동회관 개선’ 시발점

당초 노동복지센터 건립사업은 올해 예산을 확보해 실시설계 용역을 끝내고 착공까지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올해 관련예산은 전혀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양대노총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시는 양대노총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센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부정적 여론에 따라 최근 각자 노조부지에 ‘개별센터’를 건립하는 것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개별센터를 짓게 될 경우 통합센터에 비해 시민혈세와 사업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노동복지센터 사업은 한국노총이 운영중인 노후화된 현 노동회관(남구 신정동)을 개선하는 동시에 고용과 복지를 아우르는 형태로 만드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여기에 시가 퇴직지원서비스와 외국인 근로자지원시스템, 지역내 전체 근로자를 위한 고용·복지로 접근하면서 노동복지센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는 양대노총의 한축인 민주노총을 외면할 수 없었고 양대노총이 함께 입주하는 통합센터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립적인 관계인 두 노총이 현실적으로 ‘한지붕 입주’가 힘든 상황에 울산시는 개별센터 건립으로 일단 방향을 선회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역 노동계를 위한 시설을 건립하는데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통보만 해왔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측은 “노동복지센터 건립과 관련해 통합이든 개별이든 시와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정적 여론 타개할 해법이 관건

개별센터 추진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먼저 증액될 사업비와 늘어날 사업기간이 걸림돌이다.

거기에 자칫 외부적으로 ‘노동복지센터’라는 근로자복지 차원의 공간이 아닌 각 노조의 사무실 건물만 행정에서 새로 지어주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공약사항 이행점검 자리에서 시민배심원들 사이에 노동복지센터 건립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상당부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근로자종합복지회관 문제처럼 자칫 노동계를 위한 일이 노동계의 분란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원칙적으로 노동운동의 중심인 울산에 근로자와 노동계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고 행정이 나서 추진하는 것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결국 시가 중심에 서서 양대노총과 대화와 협의로 꼬인 매듭을 푸는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근로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취지였으나 양대노총이 함께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각각의 건물이 노후화되거나 협소해 신축 등이 필요한 만큼 개별적으로 건립하는 것을 차선책으로 논의중”이라며 “그러나 협의만 되면 언제라도 당초 취지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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