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8년여만에 여름휴가전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18년만의 최단기간 교섭, 11년만의 최고찬성률, 7년만의 최소 규모 파업이라는 기록과 함께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금까지 임단협때 회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파업권을 남발해왔고, 어렵사리 노사가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도 노조투표에서 부결, 재협상­교섭결렵­파업 등을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과 대외 이미지 손상, 노사간 불신 심화 등 숱한 상처만 남겼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임금협상 타결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장 상황에 대비, 생산성 회복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수익성 악화로 우울한 하반기를 맞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여름 휴가전 타결로 생산 차질 가능성을 없애고 파업에 따른 피로감도 줄이면서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교섭은 지난 5월3일 상견례 이후 85일 만인 지난 27일 타결됐다. 2010년 임협 당시 45일 만에 타결한 이후 가장 짧은 것이다. 현대차 교섭은 매년 4개월가량 끌던 끝에 마무리됐다.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찬성률은 63.39%로 2007년 77.1% 이후 가장 높다. 올해 임금 인상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지난해 기본급 5만8000원 임금 인상(정기호봉과 별도호봉 포함), 성과금 300%(통상임금 대비)+280만원, 중소기업 제품 구매 시 20만 포인트(현금 20만원 상당),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과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인 것을 참고하면 최고찬성률은 의미가 더 크다. 파업 규모도 7년 새 가장 적다. 노조는 올해 2차례 부분 파업해 회사 추산 1만1487대(2502억원 상당) 생산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24차례 파업(회사 추산 생산차질 1조6200여억원), 2016년 역시 24차례(생산차질 3조1132억원) 파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영업이익 감소와 관세 폭탄 우려 등 어느때보다 심각한 경영 상황에다 파업시 여론 악화 등이 노조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조기타결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6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나 줄었다. 지난해에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영업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했는데, 올해는 더 악화한 것이다. 미국의 ‘관세폭탄’ 우려,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 등 대외의 부정적인 요인도 지속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는 2조23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한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의 여름휴가전 임금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걱정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다. 여름 휴가기간동안 쌓인 피로를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생산현장에 복귀, 생산성 향상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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