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잿물은 옹기장인에게 있어 비밀스러운 영역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은밀하게 전수되는 기법에 해당한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는가에 따라 그릇의 빛깔이 달라졌고, 그릇의 품격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잿물의 시초는 가마에 그릇을 넣고 굽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고온에 나뭇재가 흩날리면서 흙과 반응하며 반짝거리는 현상이 일어났고, 다른 재료와의 결합이 새로운 잿물의 개발로 이어졌다. 잿물의 사용은 애초에 우연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릇의 실용성을 높여주었다. 잿물을 통한 표면의 코팅 처리는 강도를 더하고 흡수성을 없앰으로써 청결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런 잿물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잿물을 만들 때는 약토와 재를 황금비율로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재의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소성 후에 완성된 그릇의 표면이 노란색에서 녹색 빛깔을 띠고, 약토의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녹색에서 검은색 빛깔을 드러낸다. 모두 같아 보이는 그릇 같지만 가마 불과 어떤 조화를 이루었는가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며 다양한 색상으로 탄생했다. 또,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이유로 잿물의 재료를 구하는 일에는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는 재료의 산지나 특성에 따라 성질이 달랐으므로 재를 고를 때도 재를 수비하거나 불에 그릇을 익힐 때 적합한 재를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즉, 수비할 때도 알칼리 염류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재를 사용해야만 불에 소성되었을 때 결점이 덜 생겼고, 산화칼슘을 다량으로 포함하는 재를 사용해야만 불에서도 쉽게 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옹기산업이 분업화되어 운영될 때는 잿물을 만드는 근애꾼(옹기 성형단계 이후의 건조작업부터 가마 불에 그릇을 넣기 전까지의 작업을 담당)의 실수로 애를 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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