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재고 관리·설비 운용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엔 모두 표준화 대상
제조업 지속가능 경쟁력의 핵심 될 듯

▲ 김기범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흔히 산업공학 분야의 아버지로 언급되는 프레드릭 테일러(1856~1915)는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 관리기법’을 처음 창시하였다. 당시 탄광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본 테일러는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작업자의 동작을 7개의 요소작업으로 세분화하였고, 각 요소작업 별로 소요되는 시간을 표준화 하여 다른 작업자들로 하여금 그 표준을 따르도록 하였다. 그리고 작업도구가 개발되거나 작업환경이 개선되었을 때마다 새로운 표준작업을 만들어 작업자들에게 배포하였다. 물론 당시 탄광의 노동조합에서는 이를 노동착취를 위한 도구라고 비판하기도 하였으나,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이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테일러가 강조했던 ‘표준’의 의미는 오늘날의 생산현장에서도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생산계획을 기반으로 자재를 조달하여 생산을 실행하고, 생산된 제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기업활동의 범위와 규모가 커질수록 이 불확실성은 더 증폭되기 마련이다. 자재 조달과정에서의 구매단가, 공급시점, 공급량 그리고 생산과정에서의 주문변동, 재고량, 설비상태, 생산성 및 품질수준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품 및 부품구조, 작업방법과 함께 관리업무의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쉬운 예로,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협력사로부터 조달 받는데 걸리는 시간, 즉 조달 리드타임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 변동된다면, 공장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자재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완제품 주문량에 갑작스런 변동이 생길 경우 필요 이상의 재고는 전적으로 공장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표준화 되어있지 않은 자재공급 방식이 결국 기업의 재고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미래의 생산현장에서 표준의 중요성은 그 범위 및 강도에서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생산현장에 접목시키는 스마트공장이 앞으로의 제조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준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생산설비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공정조건 데이터 중 품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핵심인자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내고, 이를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최적화 시킨다고 해 보자. 이 때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다수의 생산설비에서 수집된 데이터들이 이름, 코드명, 형식 그리고 관리구조 등에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다면 빅데이터 분석을 하기 전에 반드시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 즉,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전처리 작업의 규모가 빅데이터 분석보다 더 방대하고, 그에 따라 많은 공수가 투입되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단 데이터만이 표준화의 대상은 아니다. 작업자 및 설비의 운용, 자재 및 재고의 관리방식,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등의 IT 시스템, IT 시스템과 생산현장과의 인터페이스, 더 나아가 조직의 업무방식 등이 모두 표준화의 대상이고 이들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첨단기술을 적용하여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지능형 공장의 구축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년 전 4차 산업혁명이 처음 대두된 이후, 스마트 공장 구축의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해 독일, 미국 등의 제조 선진국들이 고분분투하고 있는 것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생산현장의 표준을 만드는 것은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초체력과 같은 개념이다.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환경에서, 눈앞의 생산실적 달성, 그리고 당장의 현장이슈 해결에 급급하기 보다는 조금 멀리 내다보고 생산현장의 표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김기범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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