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지 공개 늦어 주민들 당혹감에 불안

확진자 방문 우정동 병원·약국 폐쇄 늦어 상가 상인 혼란

부모 거주지 구영리 아파트 주민들 좀처럼 바깥출입 꺼려

국민체육센터 등 공공시설 26일까지 휴관…

▲ 이선호 울주군수는 23일 범서읍 구영리 일원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주민불안 해소를 위해 모 아파트 입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차단방역대책을 설명했다.
청정지역 울산의 첫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 조사 결과 여러 차례 울산을 찾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 확진자의 부모가 거주하는 울주군 구영리와 중구 우정동 일대 주민들이 당혹스러움과 함께 큰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울산 첫 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 A(여·27·교사)씨의 부친이 운영하는 중구 유곡동 닥터리연합내과. 해당 병원은 중구 우정동 선경2차SK아파트 바로 앞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건물 중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또 A씨의 모친이 운영하는 그린약국은 병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취재진이 방문 당시 병원과 약국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다만 문을 급하게 닫은 듯 내부를 가리기 위한 가림막이 문 앞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22일 오후까지만 해도 시는 확진자 부모의 병원과 자택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모친의 약국 운영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취재진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 취재진이 촬영을 시작하자 상가에 입점한 상인들과 아파트를 드나드는 주민들은 “무슨 일이냐”며 묻기 시작했고 해당 병원이 확진자의 부친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B씨는 “지인이 어제까지 이 병원을 다녀갔다. 정상적으로 운영했고 병원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진료를 해 ‘왜 원장님은 마스크를 끼지 않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들었다”면서 “이 병원에는 대부분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라며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옆 약국은 병원장 아내가 하는 곳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약을 타갔던 곳”이라고 했다.

상가 상인들도 A씨의 상가 내 병원 방문 소식에 혼란스러워했다.

상가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C씨는 “오전에 마스크 사러 갔는데 약국이 잠깐 문이 열려 있었고 황급히 문을 닫더라”면서 “주인은 없었고 약국 직원만 출근했었다. 병원에는 간호사 3~4명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상가 전체가 폐쇄되면 (여기 사람들) 하루 먹고 하루 사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23일 오전까지도 병원과 약국만 문을 닫은 상태였고, ‘코로나 확진자 방문’과 관련된 안내문은 병원이나 약국 앞에 붙어있지 않았다.

울산시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지난 22일 오후 3시께 폐쇄됐다. A씨는 이 곳을 한 차례 방문했으며 병원에서 접촉한 사람은 없었다. 바로 옆 약국에는 두 차례 방문했고 2명과 접촉했다. 시는 명단을 확보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확진자 부모가 거주하는 울주군 구영리 주민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23일 범서읍 전체 방역이 진행됐으며 확진자 이동 동선 중 식사를 한 것으로 파악되는 콩나물국밥집은 폐쇄됐다. 해당 국밥집은 지난 22일 오후 방호복을 입은 역학조사관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확진자 부모가 거주하는 통로와 엘리베이터, 아파트 전체 대상 방역소독을 진행했다. A씨의 부모와 대구에서 동거중인 동생은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지만 여러 차례 음성이었다가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만약 A씨 부모가 확진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날 찾은 해당 아파트는 소수 주민들이 외부로 나올 때도 마스크를 끼고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러나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밖에 나온 사람을 찾기 힘들었고 아파트 내부에 위치한 놀이터에도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울주군은 구영리에 위치한 국민체육센터와 선바위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임시 휴관하키로 하고 주민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구영리 소재 마트 등에는 라면과 생수 등 식재료를 찾는 사람들이 넘쳐나 동나는 등 사재기 조짐까지 보이기도 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