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대응 미국, 예견된 위기 직면
쿠우모 뉴욕주지사 “팩트가 최신정보”
트럼프와 상반된 솔직한 리더십 부각

▲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4월5일 현재 신종코로 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 세계 1위에 오른 미국 대부분 지역에는 외출 통제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낯선 문화행동인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끼기를 권고했다. 미국은 현재 목숨을 걸고 현장에 출근하는 의료진의 희생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급요원들이 “매일같이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누구를 병원에 먼저 보낼 것인지, 누구를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하는 결정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이틀 만에 추가 사망자 1000명이 발생하는 가운데 마스크 등 의료장비 재고도 떨어져 가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땅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대응도 잘못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크루그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매우 느리고 부적절했다”며 “대통령은 위협을 과소평가하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도 코로나에 대한 지적과 권고를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에 따른 셧다운(일시 폐쇄) 사태를 피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하며 “코로나에 따른 자가격리가 경제에 처참한(disastrous)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게이츠는 2015년 TED 강연에서 이미 전 세계인에게 팬데믹(세계적 질병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감염을 막기 위한 시스템에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정부나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없었다면, 백신이 없는 것이고, 당연히 대유행으로 인한 파국은 예견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동안 사스, 메르스, 황사 등 가까운 이웃 국가로부터 당해온 맷집과 똑똑한 국민이 사는 작은 나라의 민첩성이 잘 발휘되어, 이번에는 유럽과 미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화위복이다. 한국정부는 ‘이 작은 악마 바이러스’에 두려움과 겸손함으로 부지런히 대응했다면, 미국정부는 대국의 자존심과 무시로 대응하다가 큰코 다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약소국에서 강소국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국 언론은 정은경 본부장을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그룹의 발언권이 강해진 것은 우리사회가 좀 더 이성적 논리적으로 변화하는 좋은 징조이다.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수직적, 권위적, 연고(緣故) 지향적인 구태 사회질서가 조금 더 깨지는 징조이기도 하다.

미국이 세계 1등국가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고통과 인내가 필요할 듯하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를 통해 트럼프에 대비되는 정치인이 등장했다. 트럼프의 뉴욕주 봉쇄 시도를 막아낸 인물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안 좋은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인기가 치솟고 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겸손하고 품격 있는 발언들을 새겨본다. 1)“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했다. 바이러스는 우리 생각보다 더 강력하고 더 위험하다.” 2)“코로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최선의 정보는 단 하나, 바로 팩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팩트다. 그러니 일단 당신 의견에 물들지 않은 팩트를 가져와라.” 3)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는 “당분간 사람들과 만남을 미루고 집에 머무르라는 뜻”이다. 4)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하면서 “붉거나 푸른 주는 없다. 붉거나 푸른 사상자도 없다. 바이러스는 구별하지 않는다. 모두를 공격할 뿐이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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