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누군가가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저 살아있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사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존재에 대한 타당성을 가지며, 그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우리 선조들도 그랬다. 예로부터 한 생명이 태어나면 생명 자체에 대해 존숭(尊崇)하는 마음을 담아 태와 탯줄을 항아리에 묻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태는 한 생명의 출발점이자 그 사람의 운명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귀한 상징물로 여겨졌고, 그것을 다루는데 마음가짐부터 보관방법까지 신중함을 기했다.

일반적으로 신생아가 태어나면 태와 탯줄은 산모가 출산할 때 바닥에 깔아두었던 깔개와 함께 3일째 되는 날 내보냈다.

아이가 태어난 일시와 시간에 따라 길한 방향과 장소를 살펴 움직였는데, 그 기운을 통해서 아이가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배영화 作, 태항아리, 전체높이 23cm, 입지름 9.5cm, 바닥지름 10cm, 2000.

그래서 태를 보관할 때는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지역이나 기반 계층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 적용했다. 경제력이나 권위를 갖춘 상류층일수록 값비싼 그릇을 사용했고, 층위의 범주에 따라 문화풍속도 달라졌다.

태는 길한 방향에서 떠온 샘물에다 여러 번 씻은 후 술로 다시 씻어 항아리에 동전 한 닢과 함께 넣었다. 그런 다음 기름종이와 천으로 항아리 입구를 덮은 후 다시 빨간 끈으로 묶어서 밀봉했다. 다수의 태항아리에 귀가 달린 이유도 단단하게 고정함으로써 태를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했던 염원과 관련이 있다.

장태풍습은 병원 출산이 일반화되기 전까지 태를 다루었던 우리의 전통문화다. 한 생명이 지닌 가치의 소중함과 참다운 삶이란 어떻게 발현돼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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