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새해 선물로 까치·호랑이 그림 대표적

문화재청 ‘세화 나눔’ 14일까지 온라인 서비스

‘한 해의 출발점, 세화(歲畵)를 아십니까.’

사라 진 명절 세시풍속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는 ‘세화’도 있다. 세화는 연말연초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에는 모두들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비는 마음으로 문에 붙이고, 또 서로 선물했던 그림이다. ‘새 해, 새 달, 첫 날’을 기념하는 아름다운 풍습은 코로나 시대에 변화된 모습으로 계승되고 있다.

◇신년 세시풍속 세화의 유래

새해를 맞아 집안 곳곳에 붙이는 그림들을 세화라고 한다. 새해 인사를 세배, 새해에 먹는 술과 음식을 세주와 세찬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선조 도화서에서는 새해가 오기 전 화원들에게 수백, 수천 장의 세화를 그리게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대궐과 왕실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신하들과 귀인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줬다. 민간에서는 화랑 역할을 했던 청계천의 광통교 지전에서 그림을 샀다고 한다. 지방의 선비들은 연말에 자손들과 함께 직접 그려 집안 친척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섣달이 되면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 선물 축제로 들썩였고, 새해가 되면 집안 곳곳이 그림 전시장으로 변하며 경건하고 화려한 그림 축제가 벌어졌다. 특히 울산시민들에게 친숙한 ‘처용’은 9세기에 시작된, 세화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미술계에서는 우리 세화의 기원을 최소한 1000년 이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70~80대 노인들 중에는 어렸을 때 설날 대문에 붙어있는 세화를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해 아침에 대문에 그림이나 글씨를 붙이고 서로 선물하는 풍속은 이제 전시용 공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잊혀진 신년 풍속’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반세기는 ‘연하장’이 그 역할을 대신했고,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라져 세화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세화 속에 담긴 염원의 뜻

세화는 사악한 기운을 막고 액을 제거하는 벽사의 의미가 크다. 이런 그림들은 통상 대문에 많이 붙였다. 어떠한 형상의 그림을 붙이면 잡귀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여 문에 용맹한 장군의 화상을 그려 붙였던 것이 문배(門排) 풍속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 것이 새해 첫날 붙이는 세화 풍속으로 확대됐고, 세화는 서민층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그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집안 전체를 치장하는 소박한 품격의 민화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까치호랑이’는 민화 중에서도 새해 가장 널리 쓰이는 화제다. 까치호랑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소나무와 같이 등장하는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길조(吉鳥)를 의미한다. 특히 호랑이는 그 용맹성 때문에 벽사 기능이 강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길상화 가운데 표범과 까치를 함께 그린 ‘보희도’(報喜圖)에서 까치호랑이의 연원을 찾기도 한다.

◇문화재청, 온라인 세화 나누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10일 오후 2시부터 ‘수문장 세화 나눔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원래는 경복궁에서 진행됐으나 올해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행사로 바뀌었다. 비대면으로 전환되자 좋은 점도 있다. 경복궁을 직접 방문한 자에게만 주어지던 기회가 전 국민에게로 확대된 것이다.

세화의 깊은 뜻을 일상에서 누리려면 궁능유적본부 및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으로 들어가 ‘수문장 세화’ 이미지를 내려받으면 된다. 오는 14일까지 누구나 가능하다. 이를 인증하면 500명을 추첨해 세화가 그려진 카드, 휴대전화 받침대, 자석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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