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조성 후 기부채납

롯데측 약속 이행 지연되자

환경부, 부지 매각방침 바꿔

정원 원상복구하기로 가닥

아까운 조경 갈아엎어질 판

▲ 사진은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 경상일보자료사진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롯데별장’ 내 국유지 정원에 대한 원상복구를 재추진한다. 부지를 매입해 기반 시설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겠다던 롯데 측의 약속 이행이 지연되자 방침을 바꾼 것인데, 정원이 원상복구될 경우 군이 추진 중인 친수공간화 사업은 좌초될 전망이다.

8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최근 롯데 측이 무단 점유 중인 별장 내 국유지 정원을 원상복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롯데 측에 전달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8년 지적경계 측량 도중 롯데별장 부지 상당 부분이 국유지를 침범해 정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원상복구를 요청했지만 롯데 측이 이행하지 않자 매년 변상금을 부과했다.

무단 점유 사실이 보도(본보 2019년 5월8일자 1면 보도)되자 부지 소유주인 환경부는 정원 등을 원상복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롯데 측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 화장실과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조성해 군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의하고, 이를 환경부에 전달하자 부지를 용도폐지해 매각하기로 방침을 전환했다.

2019년 8월 군과 롯데, 수자원공사 등이 참석한 실무협의회에서 대략적인 결론이 도출됐지만 업무협약 등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이후 2020년 1월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추가 협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전이 길어지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부지 매각 방침을 바꿔 다시 원상복구하기로 가닥을 잡고 최근 이 사실을 롯데 측에 통보했다. 원상복구의 범위는 별장 정원 방면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별장 건물이 있는 쪽에 위치한 분묘·정자 등 시설물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방침을 변경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친수공간화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원상복구는 시간문제다. 수십 년 동안 길러온 조경수 등이 심어진 잘 가꿔진 정원이 완전히 갈아엎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군이 추진 중인 친수공간화 사업은 좌초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삼동 주민들이 원하는 대암댐 일원 명소화 사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방침을 굳히기 전 친수공간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 측의 의지가 없을 경우 군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조경 가치 측면에서 원상복구는 너무 아까운 일”이라며 “기존 논의대로 울주군이 관리하는 게 맞다. 롯데가 하지 않는다면 울주군이 나서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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