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구강·항문 통해 감염
WHO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염·위궤양·위암 위험인자
다양한 소화계 질환의 원인균
내성균 생기면 합병증 위험도

▲ 안정탁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속에 있는 균이다. 위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위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암 뿐만 아니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염 같은 다양한 소화기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기 위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토하거나, 구역질을 느꼈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무엇인지, 제균치료가 왜 힘든지 안정탁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어디서 감염되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장 내에서 기생하는 균으로 위 점막층과 점액사이에서 서식한다. 이 세균은 우리나라에 비교적 높은 빈도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중에서는 20%, 중년층은 70%, 노년층은 90%가 감염돼 있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선 흔하게 존재하는 균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경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경우와, 아동기 가족 내에서 감염되는 경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경로는 크게 항문-구강, 구강-구강 둘로 나눠진다. 우선 항문-구강 전염은 대변으로 배출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사람들의 직접 접촉, 물이나 음식물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염경로인 구강-구강 전염은 아이에게 씹은 음식을 먹이는 경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전염되는 것이다.

안정탁 동천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물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의 침이나 치석에서 이 균이 검출되는 비율은 극히 낮아 실제 감염빈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는 있다”면서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배우자나 자녀의 감염률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감염이 가족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염·위궤양 등 위험인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장점막에 주로 감염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어떠한 단계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는 의문점이 많지만, 위 궤양과 십이지장 궤양 환자에게서는 필수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안 전문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의 위험인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제균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며 “다만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에서 비효율적이라 의사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좋고, 만약 조기위암 환자나 2촌 이내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진단·치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경우 특별한 임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요소호기검사, 대변항원검사와 혈청검사, 조직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검사결과 감염된 경우 항균제 처방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우선 항균제 치료로 오메프라졸(Omeprazole·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위장약)과 아목시실린(Amoxicillin·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세균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 등 세가지 약을 합쳐 사용한다.

이 향균제 치료를 통하면 약 70~80% 가량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사라지게 되지만 최근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균이 문제가 되고 있어 내성반응을 지켜보면 치료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안 전문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치료에서 무엇 중요한 것은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라며 “하루라도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약효가 감소하고 내성균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때문에 제균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합병증의 발생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