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여름의 마지막 위세를 떨치고 있는 폭우가 재산과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 야속한 여름이다.

우리가 많이 듣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1악장에서는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 지쳐버린 모습을 표현하였고, 2악장에서는 여름철에 흔히 일어나는 천둥 번개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을 성가시게 만드는 파리 떼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3악장에서는 매섭게 쏟아져 내리는 태풍으로 여름의 모습과 분위기를 표현했다.

비발디가 직접 악보에 적어놓은 소네트(sonnet)를 보면 ‘1악장- 무더위에 지쳐 태양도 사람도 가축도 활기를 잃고 있다. 소나무도 시든다.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다.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상냥하게 불다가 갑작스러운 북풍이 불어 닥친다. 2악장-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광란하는 파리 떼로 인해 피로한 몸을 쉴 수도 없다. 3악장-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비치고 우박을 내리게 해 익은 열매나 곡물을 모두 쓸어버린다.’라고 적고 있다.

비발디의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서 가사가 없으니 음악만 듣고 그 분위기를 파악하고 여름을 느끼는 곡이지만 하이든의 <사계>(四季 Die Jahreszeiten)는 합창단과 독창자,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대규모 오라토리오(Oratorio) 형식이다. 영국 시인 제임스 톰슨의 시를 대본으로 하여 농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이든은 다른 오라트리오와는 달리 <사계>에서는 농부 Simon과 그의 딸 Hanne, 그녀의 애인(愛人) 젊은 농부 Lukas를 등장시켜 농부들의 소박한 생활과 기쁨이 아름답게 묘사된 교회음악으로 만들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천지창조>(The Creation)는 천사가 찬양하는데, <사계>(The Seasons)는 천한 농부가 찬양한다”고 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이든 <사계>의 여름은 오보에의 부드러운 선율로 풀벌레 소리와 함께 여름밤을 지내고 새벽이 밝아오는 풍경과 양떼를 따라 밤이 밝기를 기다리는 목동, 떠오르는 태양을 찬미하고 창조주에게 감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 Haydn 작곡, 사계(四季 Die Jahreszei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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