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가수, 시인, 배우, 현악기 연주자, 낭송자, 추종자, 성가대 지휘자, 성가대 선창자. 칸토르는 이렇게 많은 뜻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주로 음악가 중 혼자서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더 나아가 여러 사람이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려고 선창을 하거나, 노래를 들려주며 따라하게 가르치거나, 손이나 막대기로 여러 사람이 동시에 노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오르가눔(organum 한 선율 성가에서 4도위나 8도 밑으로 부르는 현상)에서 주 멜로디를 칸토르라고 하기도 하고 합창과 독창을 구분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의미는 귀도 다렛조(Guido d‘Arezzo.991~1033년 경)에 의해 무지쿠스(Musicus 음악의 이론과 작곡 등을 하는 음악가)와 악보를 보고 노래만 하는 칸토르가 구분되기도 한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음악이론가나 작곡가와 연주가로 구분될 수 있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칸토르는 고대에서부터 활동한 사례가 있지만 중세시대에 들어 그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났다고 기록돼 있다.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전례음악 연주를 위한 연습 혹은 연주 때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음악교육을 맡기도 했다. 유럽의 모든 성당에서 미사와 연주를 리드하기 때문에 성당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오늘날과 같은 지휘자 역할이지만 그 당시 합창단 앞에 나와서 손을 저으며 지휘를 하는 방법은 나타나기 전이었으므로 주로 목소리를 크게 하여 자기목소리를 따라 부르게 하는 방법이 주된 임무였다.

조금더 발전하여 칸토르가 지팡이 같은 나무 막대기를 사용하여 바닥을 ‘쿵’ 소리가 나도록 찧으면 그 소리를 듣고 합창단이 다 같이 노래를 했다. 이런 형태의 연주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좋은 예가 있다. 국악단 연주에서 지휘자 격인 ‘집박’이 ‘박’을 가지고 ‘차르륵’하고 소리를 내면 연주자들이 동시에 연주를 시작한다. 끝날 때도 역시 집박이 박으로 소리를 내면 음악을 멈춘다.

중세에 유럽에서 칸토르가 했던 역할을 그 시대에 우리나라 연주장에서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러한 신기한 연주 방법을 국악 연주에 참석하여 직접 체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국악 연주 감상을 추천한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 수제천, 국립국악원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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