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소재로 삼은 예술작품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매 계절마다 그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읽고 가곡을 연주하면서 사계절을 음미한다. 가을이 깊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을 노래하는 시가 많이 있고 멋진 가을을 노래하는 가곡이 많이 연주되고 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아~ 가을인가 봐./ 물동이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아아~ 가을인가 봐./ 둥근 달이 고요히 창에 비치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김수경 작시, 나운영 작곡 <아, 가을인가>.

‘은행잎에 노란물 단풍잎엔 빨간물/ 고운물 들여 보냈네 꿈처럼 들여 보냈네./ 나무잎은 가을의 시, 가을이 쓴 가을의 시/ 황홀한 꿈 가득 담아, 술처럼 담아내누나.’ 홍윤숙 작시, 김연준 작곡 <가을의 편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밝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이해인 작시, 이혜성 작곡 <가을 노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김현승 작시, 안정준 작곡 <가을의 기도>.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는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제1악장, 농부들이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술과 춤 잔치를 벌인다. 제2악장, 노래와 춤이 끝난 뒤 시원한 가을밤이 찾아들어 마을사람은 느긋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제3악장, 이윽고 동이 트면 사냥꾼들이 엽총과 뿔피리를 들고 개를 거느린 채 사냥을 떠나 짐승을 뒤쫓는다.’ 17세기 유럽의 가을 풍경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노동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라고 노래했다. 열매를 따는 젊은 남녀가 ‘진정한 사랑이란 행복한 것’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것은 둘도 없는 기쁨’이라고 이중창을 한다. 풍년을 축하하며 포도주를 마시고 춤추는 농부와 청년들의 생기가 전해진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안정준 작곡 <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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