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는 베르디 작곡의 춘희(La Trviata)이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1948년 1월16일 명동의 시공관에서 공연됐다. 주인공인 알프레도는 테너 이인범이, 비올레타는 소프라노 김자경, 마금희가 맡았다. 연출에는 서항석, 지휘에는 임원식, 관현악반주에는 고려교향악단이 함께했다. 테너 이인범이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제작까지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오페라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1월에 막을 올린 오페라가 그해 4월까지 연장 공연이 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베르디가 작곡하여 1853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오페라가 95년 뒤 우리나라에서 초연된 것이다.

74년 전 어렵게 포문을 연 한국 오페라 공연의 역사는 이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오페라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 무대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과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한국 성악가가 주역에 뽑히는 일은 거의 일상화 됐다. 우연히 갑자기 노래 잘 하는 성악가 한 두 사람이 나와서 된 일은 아니고 한국 오페라계의 뒷받침이 확실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돼 있는 오페라단은 104개에 이른다. 이 많은 오페라단이 각각 1년에 1~2회, 많게는 3~4회씩 공연을 가진다. 계산해보면 1년에 200~300회 오페라 무대가 올려진다. 출연하는 성악가는 주역급만 해도 600~1000명이다. 조역과 합창으로 출연하는 성악가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을 정도의 성악인구가 오페라 무대를 채워나가고 있다.

무한경쟁의 오페라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니 더욱 공감되는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단원간의 연구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는 오페라단 중에 하나가 울산문수오페라단(단장 양은서)이다. 울산문수오페라단은 명사초청 세미나를 열어 세계적인 오페라단의 성장 과정과 역사, 운영방식을 배우고 있다. 또 예술총감독 황성진 박사의 주도로 이탈리아 라스칼라좌, 미국 매트로폴리탄오페라, 영국 코벤트가든오페라단 등 세계적인 오페라단의 공연을 보며 단원들이 함께 공부하는 마스터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단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울산문수오페단의 열정과 소신에서 울산오페라계의 밝은 미래를 예감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베르디 작곡, 오페라 La Trvi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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