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펜타닐(Fentanyl)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벨기에의 제약회사인 얀센에서 개발되었다. 이 약물의 약효는 다른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의 50배~100배에 달한다. 하지만 예상 치사량은 2mg으로,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물질이다. 펜타닐의 강력한 효과 때문에, 본래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 등에게 진통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는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이른바 ‘펜타닐 좀비’ 현상이다.

펜타닐은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인 만큼, 금단증상으로는 살을 기름에 튀기는 것과 같은 통증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을 끊기가 더 힘들어지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마약상들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대부분의 유통약에 펜타닐을 섞어 펜타닐 중독자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결국 길거리에 약물이 대량으로 나돌게 되고, 2013년부터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최악의 약물 위기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말기암 환자 또는 중증 CRPS 환자, 전신골절 등 대규모 수술 환자에게 대부분 펜타닐이 처방된다. 하지만 의료용 펜타닐 취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7년 울산의 한 응급실에서, 아기를 업고 있던 할머니가 붙이고 있던 펜타닐 패치를 업혀 있던 손자가 입으로 빨아 먹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019년에는 10개월 된 아기가 할아버지가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를 주워먹고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아이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약물중독으로 인해 뇌손상을 입었고, 발달장애로 인해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말기암 환자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펜타닐이 꼭 필요하지만, 펜타닐이 마약으로 남용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대한민국에서 펜타닐 남용 사례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부 무책임한 의사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펜타닐을 마구 처방해주기 때문이다. 과거 필로폰, 헤로인 등의 마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상당한 비용과 수고를 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 마약보다 강력한 마약을 훨씬 싼 가격으로,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1월 대전에서는 제대로 된 문진과 약물 복용이력 확인 없이 펜타닐을 처방한 의사 9명 등 24명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성인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이 펜타닐을 처방받아 사용하거나,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를 오남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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