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지난 주말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게 된 조카를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 문득 오래 전 교대로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사흘 밤낮을 울어 서울로 어렵게 진학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문화예술계로 취업한 후 광주를 거쳐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와 유사 업계에서 근무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필자는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울주청년문화프로젝트 ‘울주청년잇소’의 계획 수립을 위해 울주에서 생활 기반을 두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호주 유학을 마치고 울주로 돌아와 젊은 감각의 한옥숙박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사장부터 얼음골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울주청년들과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농부, 한적한 울주가 좋아 도시를 떠나 마을교육공동체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찾아가는 ‘울!동네문화소통회’를 통해 다양한 울주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중 독일 유학을 마치고 울주가 고향인 첼리스트 아내와 함께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예술인 부부의 푸념 섞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연주자도 아니고 지역에서 튼튼한 인맥을 쌓은 중견 연주자도 아닌, 타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예술인들이 설 무대가 없다는 것이다. 고가의 악기를 가지고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외공연을 다니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무대는 인지도 높은 타지 연주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울산에서는 문화예술관련 학과가 많지 않아 타지에서 배움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이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와도 막상 정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작년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면적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50%가 넘는 인구가 몰려 살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높은 인구 집중도를 보인다고 했다. 이중 청년들의 유입 기여율은 78.5%로 높은 기대 소득과 연결되는 ‘취업’과 ‘학업’을 위해 이주한다고 한다.

필자는 울주의 청년들을 만나면서 많은 재정과 시간을 들여 더 나은 교육, 의료 인프라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오늘의 우리가 당장 이웃으로 마주치는 청년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겉돌고 있는 청년들을 먼저 지역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지역사회 안에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품어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울주청년문화잇소’는 남들 보기에 좋은 성과물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에서 각자 흩어져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공동체로 속하게 하고 그들이 원하는 장소, 시간대에 자신들의 관심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 기회부터 제공하려 한다. 더불어 청년들만의 소소한 놀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해 그들의 무료한 일상이 문화로 조금이라도 설렐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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